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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영화

블루 썬더 영화 리뷰 – 우리가 사는 '안전한 감옥', 기술과 감시사회에 대한 경고


 

 

 

블루 썬더
시대를 뛰어넘은 헬기 액션 영화의 진수

 

 

1980년대, 하늘 위를 나는 두 대의 헬리콥터가 있었다. 하나는 블루 썬더(Blue Thunder)이고, 다른 하나는 에어울프(Airwolf)였다. 친구들은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누가 더 빠르고 강력한지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고,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기체에 일종의 애정을 담아 응원했다.

블루 썬더는 투박하고 육중했지만, 강력한 무기와 현실적인 감시장비를 탑재한 기체였다. 에어울프는 매끈하고 미스터리했으며, 거의 초현실적인 능력을 지닌 헬리콥터였다. 두 기체는 실제로 대결한 적은 없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하나가 우위에 있었고, 그들은 함께 그 시대를 상징했다.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기술에 대한 동경을 품고 그들을 응원했고, 어른들은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은밀한 감시의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983년 영화 [블루 썬더] 줄거리와 메시지

나는 블루 썬더 쪽이었다. 에어울프도 멋졌지만, 초현실적인 기체보다 실현 가능한 기체가 내게는 더 강하게 다가왔다. 존 배드햄 감독의 영화 [블루 썬더(Blue Thunder, 1983)]는 첨단 감시장비를 탑재한 헬리콥터를 중심으로 권력과 감시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로이 샤이더가 연기한 주인공 프랭크 머피는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LA 경찰 헬기 조종사다. 그는 실험 중인 첨단 헬기 '블루 썬더'의 운용을 맡다가, 정부가 '사회 안전'을 명목으로 시민들을 은밀히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음모를 알게 된다. 영화 속 헬기 블루 썬더는 비행 중 건물 내부 소리를 감지하고, 야간에도 사람을 식별하며, 소리 없이 비행 및 공격까지 가능한 전능한 존재였다. 하지만 머피는 그 기술의 위험성을 깨닫고 결국 기체를 스스로 파괴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머피가 LA 상공을 날아다니며 정부의 음모를 담은 테이프를 언론사에 떨어뜨리는 장면이다. 그리고 끝내 그는 블루 썬더를 기차선로 위에 착륙시켜 열차와 충돌하게 만든다. 전능한 감시의 상징이 파괴되는 그 순간은 권력의 도구로 변질된 기술에 맞서는 인간의 윤리적 선택이자 해방의 선언이었다.

 

 

블루 썬더가 경고한 현실, 지금 우리의 모습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우리 머리 위로 블루 썬더와 같은 헬리콥터는 날아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감시는 더 정교해지고, 더 조용하며, 더 광범위하게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거리마다 박힌 CCTV, 스마트폰을 통한 위치 추적, 건물 출입을 감시하는 안면 인식 시스템. 사람들은 그것들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오히려 감시장비를 보고 "안심이야."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다.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어느새 감시당함으로써 안도하는 사회에 적응해 버렸다. 에어울프가 보여주던 이상, 블루 썬더가 경고하던 현실은 지금 우리 사회 안에서 희미하게 겹쳐진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을 구원할 것처럼 다가오지만, 그 기술이 누구의 손에 있으며,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블루 썬더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손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 위의 '눈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그 아래에서 묵묵히 살아내고 있다.

 

 

감시가 아닌 신뢰로 유지되는 사회를 꿈꾸며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감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로 유지되는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세계 곳곳에서는 감시 대신 신뢰와 자율성으로 공동체를 유지하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실험이 일상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기술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감시의 눈 아래 일상을 살아간다. 블루 썬더가 영화 속에서 파괴된 것과 달리, 우리 도시 위의 눈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그 아래서 우리는 묵묵히, 너무도 익숙하게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아무도 그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은 채 말이다.